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회오(悔悟)의 가슴 하나
바람이 대(竹) 밭을 스치듯 살을 베고
피는 흐리지 않고 눈물만 장강(長江)되어 차다.
촉수 하나 몰래 세워두고 산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랑의 음파를 기다리며
빈 가슴 한 구석으로 풀잎 같은 슬픔이 떨고 있다.
소박데기 누이의 삶을 닮아 서러운 세월을
한 줄기 여린 햇살에 그리움의 조각배 하나
달랑 띄워두고 기도의 목숨이 차다.
없다. 새벽 찬 물살에 가슴 절이는 일 밖엔
옥창(獄窓)에 내 걸린
하나 남은 가슴마저 바람에 내주고
꽃대궁 하나 세우려는 눈물의 기도가 뜨겁다.
- 시인 이재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