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들불축제를 마치며

와신 2009. 2. 15. 20:36

모처럼 화창한 토요일! 삼삼오오 가족과 친구들과 그렇게 들불축제장을 찾는 이들 속에,

또 한무리는 정월대보름 맞이 들불축제 행사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전날 행사가 초속 22m를 넘는 강풍으로 취소된 다음날이라 마냥 초조 아닌 불안이 엄습합니다.

화왕산 참사가 할퀴고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은지라 더더욱 그 마음 간절하기만 합니다.

올해는 우리에게 바라는 소망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들불축제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 되기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사안녕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들어 옵니다.

깃대가 하늘 높이 솟아 오른 것이 바람도 잠잠하네요. 웬지 오늘 불놓기 행사는 잘 끝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듭니다.

 

이미 달집은 잘 포장되어 불놓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편지도 줄줄이 달리고...

오전보다 거세져 가는 바람에 은근히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 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하나하나 꼼꼼히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 것 저 것 손질도 해보고...

 

오늘이 지나면 휙하니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져갈 현장을 기록하기 위한 준비도 완료되고,,,

 

하늘에는 둥둥 떠 다니는 온 갖 이색 연들이

축제장을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한없이 들뜨게 하겠지만,

 

오후들어 점점 더 휘어지는 깃대를 바라보는....

 

현장을 지켜 내야할 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떠나질 않습니다.

하루종일 불놓기 행사장을 보고 또 보면서,

수많은 상황에 대처해야할 작전을 구상하고 있으리라...

 

뉘엿뉘엿 서편녁으로 해는 넘어가기 시작하고....

 

찾아오는 어둠을 신호삼아 무수한 횃불 행렬이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달집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 옛날 한라의 용암이 분출 되듯이 오름 전체 능선에서 줄지어 터지는 불꽃축포와 함께....

 

무사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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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그렇게 무사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점화가 피어오르고...

 

온 산 벌겋게 불이 붙었습니다.

온 세상을 다 태워버릴듯이.....

 

사람들 가슴속 깊이 앙금져 남아 있던 모든 근심, 걱정까지 다 태워 버릴듯이...

 

태평성대, 소원성취 깃발은 불길과 함께 소용돌이 치는 바람속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하늘로 하늘로...

사람들 소망을 전파하기에 바쁜가 봅니다.

 

어느새 사람들 소망 담은 달집도 벌겋게 타 오르고,

 

한동안 바지작 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하염없는 기원을 올리고 또 올리고...

  

달집이 허물어지고...

그 기세가 누그러질 즈음... 

 

비로소 매케한 화염속에서 예정되지 않은 곳으로 번지는 불길을 막기 위한 한 무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면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번져나가는 불길들을 하나씩 잡아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라보는 뭇 사람들의 눈에는 한때 확 하고 타올라 지나가 버리는 순간이겠지만,

우리들의 일은 그 순간에도 진행형이었고,

불길이 사그라들고,

 한줌의 불씨마저 다 꺼질때 까지 이 커다란 산을 뒤지며

그렇게 이 밤을 지새워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 터진는 무사안녕의 축포는

우리들 마음속에는 올해 불놓기 행사도 무탈하게 잘 끝난것에 대한

자축의 축포였음을 뭇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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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무탈하게 무사안녕하고,

시원스레 터지는 축포처럼

모두가 다 소원성취하고,

행복한 미소만 가득한 한해가 되어보길 기원해 보며,

이만 총총 들불축제행사의 마지막 밤을

넘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