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미오름 가는 길
따라비 오름에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영목장 억새밭 지역을 돌아서 성읍2리 마을 안쪽에 있는 비치미오름으로 향했다.
여기도 대충 300여미터의 표고에 올라가는 높이 100여미터의 전형적인 말발굽형 오름이 되겠다. 북동쪽으로 벌어지면서 동북방향으로 큰돌이미오름과 같이 이어져 있는 능선이 라이딩하기에 제법 재미 있는 곳이다. 또한 주변 오름군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기도 하다.
꿩이 날아가는 형국이라 하여 비치악(飛雉岳)이라 불리던 것이 비치미로 전이 됐다는 믿거나말거나 설이 있었으니...
성읍2리 마을 안으로 진입해서 쭈욱 가다보면 넓은목장 정문이 나온다. 넓은 목장 정문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쭈욱 들어 가는 길이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오름을 만나게 되는데 이 오름은 개오름이란다. 오름모양이 개같다 하여 개오름이라는데.....
개오름 왼편으로 상층부에 머리 벗겨진듯한 오름이 보인다. 내가 올라가려고 하는 오름이 바로 이 오름이다.
작년에 이 오름 올라간다고 입구를 찾지 못해서 삼나무 숲에서 엄청 헤맸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자전거 매고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가는 거의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정도 헛소신을 가지고 올라가다 진퇴양난 형국이 덮쳐올때는 절망의 끝을 보는 듯한 심정이 든다.OTL
비치미오름 입구는 꽤 신중하게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전철을 밟는 이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 비치미오름 입구 찾는 방법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해본다.
개오름 주변 목장에서 말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다 구경하며 지나쳤다면, 비포장 길로 접어들고 있을거다. 비포장으로 털털털 라이딩 하다가 비치미오름 꼬리까지 오면, 위와 같이 길 왼쪽으로 꺽어드는 삼나무 숲길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보면 방풍림 같이 보이니 유의깊게 살펴보고 진입하면 된다.
이 길을 보지 못하고 무작정 앞으로 갔다가는 반드시 막은창을 경험하고 다시 내려간 길을 올라와야 하는 에너지 소비코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반드시 이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거의 길 같지도 않은 삼나무 숲길 20여미터를 헤쳐 나아가면, 동물 출입차단을 위한 그물망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굽어서 드나들 수 있는 개구멍이 보이고 이 곳을 통과해서....지나가면 우마차 다니던 길이 나타난다.
좌회전 해서 다시 비치미오름 중간허리쯤 올라가다보면 위와 같이 삼나무 방풍림이 끊어지는 곳이 보이고, 사알짝 무덤 비석 등이 보인다.
출입구는 바로 이 곳이다. 통로 같지 않지만 꼬옥 이 곳 풀 숲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
산담 귀퉁이로 철조망 올라 다니기 좋게 돌무더기를 올려 놓아진 곳으로 자전거를 넘겨 놓고 들어갔다. 약간의 파워와 담넘김 기술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다시 삼나무 숲길로 올라가면 되는데, 내가 내려오면서 보다 쉽게 올라다닐 수 있는 인공적인 표시(?)를 해두었다. 물론 삼림훼손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물론 이 곳을 오를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는 없다. 당연 끌바 모드로 최대한의 근력을 발휘해서 백여미터를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탁 트인 오름 능선을 보면서 힘들었던 한 순간을 덜어내었다.
내 자전거도 지쳤는지 폭신한 풀무덤에 쓰러져 버렸다.^^
말발굽형의 오름 능선을 따라 라이딩 하는 기분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이 좋다. 이 맛에 이 힘든 정상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는 중독증이 생긴 것은 아닐런지....
물한모금 마시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개오름을 조망하다가...뛰어노는 말들이 보이길래....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있는한껏 주~밍!
저녁햇살속에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무리를 향해 한 컷 날려 두었다.
동북쪽으로 가물가물거리는 오름 군들을 살펴 보며, 오름 이름들을 되새겨 본다.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니....직접 발로 찾아가서 느껴보시길....
아~ 조오타!^^
뉘엿뉘엿 해가 떨어지는 감을 느끼며,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가 이만 내려 가야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한라산을 향해서 한컷 날려 보았다.
첩첩이 쌓여져 있는 오름군과 함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한라산 모습이 마냥 신비스럽기만 하다.
그 아래로 식별은 잘 되지 않지만 아마도 가문이오름-구두리오름,쳇망오름,붉은오름-물찻오름-괴팽이오름-물오름 순으로 오손도손 줄지어 있을 거다.
바알간 저녁 놀을 받으며 저녁 준비를 하는 모지오름 모습과...(장자오름은 모지오름 뒤로 숨어서 안 보임)
조금더 짙은 노을 속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오름(따라비)과 손자(새끼)오름?
황당한 동화 한편 그려보며....더 어두워지기 전에 정상을 내려와야 했다. 해떨어지는 모습을 이 곳에서 보고 싶었지만, 라이트도 없이 자전거 끌고 삼나무 숲길을 헤쳐 내려가야한다는 부담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한채 서둘러 내려왔다.
오랫만에 올랐던 오름 정취에 취해서 그랬을 거다. 시간이 계획대비 많이 지체가 된 것 같다. 어스름한 길을 자전거 뒷 깜빡이 하나만을 의지한채 편도 1차선 도로를 타고, 대천동 사거리까지 4km를 라이딩 했다.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구간이었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요렇게 컴컴해져 있었다. 2008년도 개천절 하루도 이렇게 해서 저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