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웃음 준 허경영 신드롬
와신
2007. 12. 20. 08:11
웃음 준 ‘허경영 신드롬’…엉뚱공약에 열광 | |||
입력: 2007년 12월 19일 23:17:17 | |||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3000만원, 수능폐지, 산삼뉴딜정책,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내건 공약들이다. 허후보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공약들과 함께 ‘아이큐 430’ 등 ‘기인’에 가까운 프로필을 들고 나와 비주류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허후보의 미니홈피 방문자수는 투표일인 19일 하루에만 2만8000명을 넘었다. 또 한 포털 사이트에는 ‘허경영태왕사신기’ 등 허후보의 팬카페만 3개가 만들어졌다. 허후보의 미니홈피를 찾은 방문자들은 “형, 일촌평 남겨주세요”라는 친근한 부탁부터 “오늘 꼭 대통령 되셔서 팔자펴게 해주세요”라는 애교섞인 건의사항까지 남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허후보가 유력 정당의 모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받는가 여부가 될 것이라는 농담섞인 추측도 나왔다. 허후보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사람들은 “짜증나는 정치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후보”라며 입을 모았다. 회사원 정모씨(25·여)는 “네거티브와 부정부패가 가득한 정치를 보면 불신이 생기고 머리만 아프다”며 “허후보의 경우는 ‘어떻게 이런 공약을 생각하게 됐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큰 웃음을 준다”고 말했다. 허후보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당신의 공약은 상상만 해도 힘이 저절로 나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허후보가 정치 불신, 정치 허무주의의 피난처이자 해소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린 누리꾼 ‘투표’는 “국민들이 정치가 얼마나 코미디 같았으면 허경영 찍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겠냐”고 꼬집었다. 또 그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는 것은 알지만 웃음을 줬고 타후보 비방하지 않고 정책으로만 승부한 몇 안되는 후보이기 때문에 그를 찍었을 것”이라며 “의미있는 득표로 한국정치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는 “허경영씨를 찍음으로써 답답한 우리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허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불만족과 짜증을 해소하는 대리만족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택수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허후보는 당선가능성은 없지만 ‘자기 자신의 공약’을 내건 후보”라고 봤다. 현교수는 “엉뚱하지만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주고, 노인들에게 70만원씩 주겠다는 등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공약을 내세웠다”며 “서민들의 구미에 맞고 진정성이 있는 후보라는 점에 사람들이 공감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윤주·심혜리기자〉 |